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한인들 사랑은 국경 넘어 저멀리~ '과테말라 고아'에 설 선물

과테말라 빈민촌 아이들에게도 설날 '떡국의 따뜻함'이 전달됐다. 지난 연말 중앙일보가 기획한 '과테말라 구호현장을 가다' 보도 이후 지속적으로 답지한 온정이 설을 맞아 다시 '활활' 타오르고 있다. 인터넷 샤핑몰을 운영하고 있는 30대 한인 사업가는 과테말라의 최빈민지역 '쏘나 21'에 있는 다 쓰러져 가는 초등학교〈본지 2008년 12월18일 A-4면>의 보수공사에 써달라며 1만3000달러의 거액을 내놨다. 불황에다 유독 경기를 많이 타는 인터넷 샤핑몰을 경영하면서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다. 특히 이 사업가는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신신당부했다. 손바닥 만한 '양철집'에 살면서 학교가는 것이 소원인 8살 소녀 밀드레드는 '보이지 않은 사랑의 힘'으로 이젠 학교에서 또래들과 공부하고 놀 수 있게 됐다. 기금을 전달받은 국제구호기관 굿네이버스USA의 이병희 사무국장은 "독지가는 중앙일보에 보도된 초등학교의 언덕이 우기 중 붕괴 위험이 있다는 말을 듣고 선뜻 거액을 내놓았다"며 "공사 소식에 동네 주민들이 즐거워할 모습이 벌써부터 눈에 선하다"고 감격해 했다. 사랑에는 많고 적음이 따로 없다. 한인테니스클럽 '아침이슬'은 23일 본사를 방문해 과테말라 빈민 어린이를 위해 써 달라며 600달러를 건넸다. 회원 4명과 함께 찾은 김대벽씨는 "회원들과 함께 불우이웃을 돕기로 하고 대상을 찾던 중 과테말라 어린이 실상을 보고 가슴이 아렸다"며 "지난해 부상으로 받은 상금에다 회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낸 돈을 보탰다"고 말했다. 또 한국 유명 탤런트인 김혜수씨는 보도 직후 빈민촌 아이와 결연을 맺고 지속적인 후원을 하고 있다. 23일 LA에 내린 비를 보면서 과테말라 양철집에 고막이 터질 듯 쏟아지던 비가 떠올랐다. 맑고 큰 눈의 흙투성이 아이들. 떡국은 순수.청결.장수를 뜻한다. 순수한 과테말라 빈민촌 아이들이 사랑의 온정으로 청결한 환경에서 밝게 살기를. "애들아! 새해 복 많이 받아라!" 최상태 기자

2009-01-23

[과테말라 '구호현장'을 가다-1] 커피 향기에 묻힌 가난…13세 소녀 마리아의 일상

6명 식구 한달 꼬박 일해도 도시 근로자 최저임금 수준 초등학교 졸업률 20% 안돼 '빈곤 둘레' 끊을 건 공부뿐 아까테낭고 산골마을에 사는 마리아(13)는 매일 아침 5시 30분까지 일어난다. 커피농장이 있는 산골짜기까지 가려면 부지런히 챙겨야 한다. 커피농장까지는 걸어서 1시간. 아침 7시부터 시작되는 일에 늦지 않으려면 서둘러야 하기 때문이다. 함께 일 나가는 동생들도 깨워서 준비시켜야 하고 어머니를 도와 점심 도시락도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농장에서 커피 열매를 따는 마리아. 먼지가 이는 비포장 도로로 접어들자 벌써 많은 사람들이 총총 걸음을 하고 있다. 커피 농장으로 가는 노동자의 행렬이다. 바구니를 머리에 인 아주머니 어깨에 보자기를 걸터 맨 아이들. 걷지 못하는 어린아이들은 큰 아이들이 업고 뒤를 따른다. 건장한 청년이나 아저씨들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마리아 식구들은 어제와 달리 새로 할당받은 지역에 도착했다. 수확 시기가 조금씩 달라 매일 구역을 이동한다. 마리아는 부지런히 손을 놀린다. 너무 썩은 열매를 담지 않고 빠르게 나무 사이를 옮겨 다니며 따야 한다. 무게를 달기 위해 커피 포대를 옮기고 있는 한 아이. 바구니에 가득 담기면 큰 도로로 가서 비운 뒤 다시 오는 과정을 반복한다. 그새 하늘 중천엔 해가 뜨고 이마엔 땀방울이 송송 맺힌다. 오후 1시가 되자 낮게 깔린 혼(horn)이 울린다. 점심시간을 알리는 소리다. 마리아는 길바닥에 모닥불을 피운다. 과테말라에서 언제든 먹을 수 있는 간식 또르띠아(Tortilla)를 굽기 위해서이다. 오후 2시가 되자 마리아와 동생들은 오전에 땄던 커피 열매를 정리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홍조빛이 도는 빨간 열매일수록 상급품에 속한다. 주로 미국의 커피 대기업에 수출된다. 내수용으로 싼 값에 팔리는 설익은 열매를 따로 골라 분류하는 작업이다. 마리아 가족이 딴 분량은 자루 2자루. 얼추 15 파운드가 돼 보인다. 파운드당 50센트면 7달러. 6명 식구가 한달간 일한다 해도 210달러. 도시 근로자 1명의 최저 임금 수준 230달러에도 못미치는 액수다. 오후 2시 50분. 관리인 아저씨가 다시 한 번 힘차게 혼을 분다. 커피를 운반할 차량이 오기 때문에 사람들의 손놀림이 더욱 분주해진다. 3시에 맞추어 커피 운반 차량이 들어왔다. 매일 급여를 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커피 운반 차량에 커피 자루를 인계하면 오늘 작업은 끝이 난다. 마리아는 땔감 나무를 머리에 이고 집으로 향한다. 고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힘들긴 하지만 엄마 아빠랑 같이 살아 행복하다"고 말했다. 커피 농장 아이들 가운데는 아빠가 없는 아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아직 시내엔 가보지 못했어요. 그곳 생활이 어떨지 궁금해요." 마야 문명을 일군 인디오의 후예 마리아의 하루는 그렇게 저문다. 아까테낭고에는 고등학교가 없기 때문에 마리아가 중학교를 졸업한다 해도 이곳에 남을 확률이 높다. 타도시로 유학을 보낼 만큼 넉넉치 않고 아직 여기서는 마리아의 노동력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박성락 굿네이버스 과테말라 지부장은 "높은 문맹률이 빈곤을 가로막는 가장 큰 적"이라며 "도시로 가서 일거리를 찾으려 해도 글을 읽고 쓰지 못하는 한 일용직 노동자에 머물게 된다"고 말한다. 이들은 높은 생활 물가에 파묻혀 도시 빈민층으로 쉽게 전락되고 만다. 박성락 지부장은 "아까테낭고에서 구호사업을 '어린이 도서관' 운영에 역점을 두고있다"이라며 "책을 읽게 되면 자연스럽게 글을 익히게 돼 문맹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어린이 도서관 운영은 아까테낭고 16개 초등학교와 1개 중학교에 각각 책 100권 씩을 제공하고 1~2주 뒤에 서로 바뀌 보는 방식이다. 굿네이버스는 이외에도 학교 지원사업과 도시 빈민 사역도 함께 지원하고 있다. 이곳 커피농장에 오기 전까지 커피 원두가 빨간색인 줄 미처 몰랐다. 잘 구운 고동 빛깔의 커피 원두를 봐온 탓일까. 석유 이외에 가장 물동량이 많은 커피가 가장 높은 고부가 원자재란 사실도 이번을 통해 알게 됐다. 무엇보다 놀란 건 빨간 커피콩을 따는 아이들의 손이 흙보다 검고 그 속에 지치도록 일하는 그들의 웃음이 커피향기보다 진한 내음을 풍긴다는 사실이다. ■ 아동결연을 원하시면 굿네이버스 USA (213) 405-5363로 전화하거나 기본 정보(영문 이름, 이메일, 전화번호)를 적어 이메일 또는 팩스로 보내면 된다. ▷이메일: gnusa@gnusa.org, 팩스: (213) 405-5364 〈과테말라=최상태 기자〉stchoi@koreadaily.com

2008-12-26

김혜수는 '지구촌 불우아동 산타' 굿네이버스 홍보대사 위촉

영화배우 김혜수(38)가 크리스마스를 앞둔 23일 지구촌 소외아동들의 ‘샌타클로스’가 됐다. 국제구호단체 굿네이버스(회장 이일하, www.goodneighbors.kr)는 23일 용산 소재 굿네이버스 본부 강당에서 영화배우 김혜수 홍보대사 위촉식을 가졌다. 이날 위촉식에서 김씨는 “굿네이버스와 함께 하게 되어 기쁘다. 어린 시절부터 받았던 관심과 사랑을 이제 그 되돌려줄 차례”라며 “앞으로 열심히 마음을 다해 홍보대사의 역할을 잘 감당하겠다”고 다짐을 밝혔다. 김씨는 이어 미주 중앙일보가 특별기획 보도한 기사에 나온 과테말라 빈곤아동 2명과 결연을 맺었다. <본지 12월18·19일자 A-4면> 본지서 보도한 ‘양철집’ 소녀 밀드레드와 척추 이상 마르삔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김씨는 이들과 결연을 맺는 한편 직접 마련한 선물을 과테말라로 선물을 보냈다고 굿네이버스USA 관계자가 전했다. 과테말라 최빈곤 지역인 ‘쏘나 21’에 사는 밀드레드(8)는 두살 난 사촌동생을 돌보기 위해 학교도 다니지 못하고 극빈한 환경속에서 꿈도 잊은 채 살고 있다. 또 날 때부터 허리가 굽는 병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마르삔(6)은 부모가 소작농으로 근근히 끼니를 이어가고 있어 병원검진은 물론 수술은 엄두도 못내는 상황에 놓여있다. 김혜수씨의 후원으로 밀드레드와 마르삔은 적절한 식사와 의료 서비스를 받게 됐고, 무엇보다 학교에 갈 수 있게 됐다. 이일하 회장은 “김혜수씨가 좋은 이웃으로 함께 하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하며 향후 적극적인 활동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굿네이버스는 서울에 국제본부를 두고 있는 한국내 최초로 UN 최상위 지위를 부여받은 최대의 NGO단체이다. 북한 및 해외 22개국에서 전문사회복지사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미주 지부는 지난해 설립됐다. 최상태 기자stchoi@koreadaily.com

2008-12-23

[과테말라 '구호현장'을 가다-3] '꼬모 에스 따~' 세상을 '지고' 가기엔 너무 어린 천사들

마르삔(5)은 영락없는 개구장이 소년이다. 마르삔이 사는 곳은 파띠시아. 과테말라 시티로부터 한시간 30분 거리. 도시와 산골마을의 중간쯤 되는 지역이다. 양철 대문을 밀고 들어가 입구에 있는 마굿간을 지나면 다섯 세대가 빼곡이 몰려있다. 한 세대라고 해봐야 방 한칸이다. 닭 오리들이 제맘대로 넘나든다. 옆 방을 보니 낡은 침대 옆 흙바닥을 닭들이 뒹굴고 있다. 말똥과 닭똥 냄새가 물씬 풍기는 방 한 칸 짜리 집에서 엄마 올라리아(23)와 인터뷰를 나누는 동안 마르삔은 연신 바깥과 집을 넘나든다. 여동생인 엘사(4)와 이르마(2)에게 연신 장난을 걸고는 밖으로 사라진다. 참 오랜만에 손님이 온 까닭이란다. 마르삔은 나이가 들수록 세상을 '지고' 가야 한다. 갈수록 허리가 굽어지는 병이다. 스피나 비피다(Spina bifida). 번역하면 '이분척추'라고 부른다. 태어난 직후 운좋게 과테말라에 있는 한 어린이 재단과 연결돼 무료 수술을 받았다. 이 도움이 없었다면 마르삔은 벌써 죽은 목숨일 거라고 엄마가 말한다. 병원비는 가족들이 도저히 댈 수 없는 거액이었다. 2100 께찰(약 300달러). 마르삔의 아빠 로페스가 한달간 일용직 소작농 등으로 일해서 버는 돈은 1000께찰(150달러). 그것도 가장 많이 벌 때 기준이다. 요즘엔 일거리가 줄어 그나마 수입도 들쭉날쭉 하다. 렌트비도 꽤 밀렸다고 했다. 수술 후 괜찮은 줄 알았던 마르삔이 요즘 들어와 부쩍 두통을 호소한단다. 토하는 일도 잦다. (LA로 돌아와 척추전문의에게 물으니 두통이 있거나 토하는 증세가 있을 경우 척추내 뇌막이 감염됐거나 뇌압이 높아 위험하다고 했다. 정밀한 검진이 시급하다는 소견이다.) 5년전 찍은 X-레이를 신주단지 모시듯 하던 마르삔 엄마가 침대에 누운 막내 이르마(2)를 가리킨다. 이르마는 '짝짝이 발'이다. 대충 눈으로 봐도 왼발 길이가 오른발 길이보다 손가락 한마디가 짧다. 아직 어려서 걸어도 별 표시가 나지 않지만 이대로 두면 절름발이가 된다고 한다. 마르삔과 이르마는 과테말라의 열악한 의료체계와 빈부 격차를 그대로 보여준다. 과테말라의 의료비와 공산품 가격은 미국과 별반 차이가 없지만 최저 임금은 200달러(약 1450께찰)에 불과해 중산층도 마켓에서 살 수 있는 물건이 별로 없다. 2004년 기준 1인당 국민소득이 4155달러이고 상위 10%가 국민 전체 소득의 47%를 차지하는 이 나라는 그래서 세계에서 빈부 격차가 가장 심한 나라 중의 하나로 꼽힌다. 굿네이버스와 같은 국제 구호기관이 이 나라의 교육 사업과 보건소 사업에 치중하는 이유도 이런 불균형 때문이다. 국민의 67.3%가 문맹률에 속할 만큼 높아 다른 직업을 선택할 기회가 아예 없다. 마르삔의 아빠와 엄마도 글을 읽거나 쓸 줄 모른다. "우린 교육을 못받아서 이렇게 살고 있지만 아이들은 좋은 교육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선생님이나 의사가 되면 좋겠지만 어느 직업에서나 인정 받은 사람이 되었으면 해요. 교육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 알아요." 스물 세살의 엄마 목소리는 거의 호소에 가깝다. 2시간에 걸친 취재가 끝나고 인디오가 사는 산골마을을 가기 위해 자리를 일어섰다. 밖에 나오니 마르삔과 엘사가 흙 바닥에서 장난을 치고 논다. 마르삔이 남자 아이지만 허리에 힘을 못주는 탓에 엘사에게 번번히 나가 떨어진다. 밝디 밝은 얼굴엔 슬픔이라곤 한 점 없다. 곱사등이가 될 수도 어쩌면 생명이 위태할 수도 있는 예정된 운명을 다섯 살 소년이 알 턱이 없을 것이다. 침대에 계속 앉아있던 이르마가 문턱에서 손을 흔든다. 아이의 웃음이 '소리없는 외침'이 되어 귓전을 때린다. "나도 똑바로 걷고 싶어요." 과테말라=최상태 기자stchoi@koreadaily.com

2008-12-18

[과테말라 '구호현장'을 가다-2] 집이라 하기엔…양철에 산다

과테말라 시티에서 가장 가난한 동네는 ‘쏘나(Zona) 21’이라는 곳이다. 우리 말로 21구역이라 불리는 곳이다. 쏘나 21은 해발 1500미터인 과테말라 시티에서 수백 미터 아래인 저지대에 위치해 있다. 연간 강수량이 1316mm인 이곳은 우기 때가 되면 물난리를 연례행사처럼 치른다. 쏘나 21에서도 더 낮은 곳으로 가면 양철집 지붕의 거대한 물결을 보게 된다. 양철집은 인간이 만들 수 있는 가장 간단한 건축물 중의 하나다. 네 개의 나무 기둥을 세우고 얼기설기 양철을 붙이면 집이 된다. 집의 역할로 따져보면 양철집은 ‘나쁜’ 집이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여름에는 숨 막힐 듯이 덥고, 겨울에는 한 줌의 온기조차 보호하지 못한다. 비가 내릴 때는 양철지붕을 내리치는 따가운 소리로 귀가 얼얼할 정도다. ‘양철집 소녀’ 밀드레드(8)는 사실상 고아다. 엄마는 4년 전 돌아가셨고 아빠는 미국으로 돈벌러 간 뒤로 본 적이 없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와 함께 살던 밀드레드는 8개월 전 외삼촌 양철집으로 옮겨왔다. 두 살난 사촌동생 깨냐를 돌보기 위해서다. (외삼촌은 밀드레드 아빠가 새 살림을 차렸다고 귀뜸한다.) 외삼촌과 이모는 둘다 일용직 맞벌이 부부다. 밀드레드의 임무는 아침 일찍부터 저녁까지 아무런 사고 없이 깨냐를 돌보는 것이다. 학교에 갈 나이지만 밀드레드는 사촌동생을 돌보느라 집에 남아야 한다. 그저 이웃 아이들이 총총 학교에 가는 모습만 바라볼 뿐이다. 외삼촌은 “밀드레드를 학교에 보낼 순 있지만 책도 사줘야 하고 학용품도 비싸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학교는 공립으로 학비가 들지 않는다. 밀드레드가 하루종일 있어야 하는 양철집은 가로 5미터 세로 5미터의 흙바닥 집이다. 집안에는 벼룩이 들끓는 낡아빠진 침대 2개가 놓여있고, 프로판 개스통에 연결된 개스렌지, 아직 씻지 않은 그릇들이 아무렇게나 포개져 있다. 흙바닥에서 양말도 신지 않은 소녀는 때가 묻어 시꺼먼 인형 하나를 주어든다. 즐거움을 주는 유일한 장난감이다. 주위엔 책, 아니 종이라고는 찾아 볼 수가 없다. 거울 조차 없다. 밀드레드는 가방을 메고 학교가는 이웃 친구들이 가장 부럽다고 했다. “학교에 가면 친구들도 만나고 마음껏 이야기도 할 수 있는데…” 라며 말끝을 흐린다. 8살 소녀는 “그래도 시골보다 좋아요. 이곳엔 모든 게 있어요. 모든게”라며 목소리가 다시 밝아진다. 갑자기 울컥해진다. 무엇이 다 있단 말인가. 오늘은 햇볕이 뜨겁지 않은 날씨인데도 한 시간이 지나자 양철집 안이 몹시 더워졌다. 한여름 날씨면 어떨까,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지금은 겨울철이라 바람이 많이 불고 기온이 많이 떨어졌다. 양철지붕 아래 바람막이 천이 떨어져 새벽이면 몹시 쌀쌀하다. 함께 간 굿네이버스 직원들이 크리스마스 선물을 건냈다. 단 한 번도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아 보지 못한 밀드레드는 움켜쥔 선물이 그저 신기할 뿐이다. 포장지를 뜯자 이제껏 변화가 없던 밀드레드의 얼굴이 환해진다. 평소 갖고 싶었던 인형과 옷을 선물 받은 것이다. 밀드레드에게 꿈이 뭐냐고 물어봤다. 그런 것 없다고 했다. 주변에서 거든다. 듣고 보는 게 있어야 꿈도 꿀 수 있다고. 일용직 날품 아저씨와 또르띠아를 팔러 다니는 아줌마들이 대부분인 ‘양철집’ 마을. 이곳 아이들은 자신도 앞으로 동네 어른과 같은 삶을 살게 될 것이라고 상상할 뿐이다. 지독한 가난에 내팽개쳐 있는 아이들은 꿈이 없다. 밀드레드가 사는 곳에서 10분 거리에 공립 초등학교가 있다. 학교라고 해봐야 양철로 이은 가건물 수준. 바닥은 그나마 시멘트가 깔려 있지만 한쪽 벽들은 뻥뚤려 있다. 이 학교의 4개 교실에서 올해 420명의 학생이 수업을 들었다. 내년 봄 학기에 벌써 450여명의 학생들이 몰려 더 이상 학생을 받을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옆쪽의 언덕이다. 비가 많이 내리면 언제라도 무너져 내릴 수 있어 지지 공사를 하지 않으면 인명사고가 날 수 있다. 박성락 굿네이버스 과테말라 지부장은 “언덕이 무너지지 않도록 지지공사를 하는데 7000~8000 달러가 든다. 이곳 커뮤니티 리더들을 만나 비용을 절반씩 부담하거나 노동력을 제공받는 등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지부장은 이어 “교육을 받는게 빈곤을 탈출 하는 유일한 수단”이라며 “최근 커뮤니티 지도자들도 열의를 갖고 추진하고 있어 교육부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 아동결연을 원하시면 굿네이버스 USA (213) 405-5363로 전화하거나 기본 정보(영문 이름, 이메일, 전화번호)를 적어 이메일 또는 팩스로 보내면 된다. ▷이메일: gnusa@gnusa.org, 팩스: (213) 405-5364 ■ 아동 결연 후원은 아동결연 신청을 하게 되면 기사에 나온 과테말라의 어린이들과 1대 1 결연이 된다. 아동 1인당 월 35불의 후원금은 교육비, 학용품비로 사용되어 아동이 지속적으로 교육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또한 어린이가 반드시 받아야 할 백신 접종과 보건소 진료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후원자가 되신 후에는 3~4주 안에 후원 아동의 사진과 소개서를 받게 되고 서신교환도 가능하다. 또 매년 한번씩 아동의 성장 리포트와 사진, 지역사회 보고서를 받게 된다. <과테말라=최상태 기자> stchoi@koreadaily.com

2008-12-17

[과테말라 '구호현장'을 가다] 커피는 '어린이 땀과 눈물'

일주일 후면 크리스마스. 아무리 혹독한 불경기지만 그래도 이맘때면 마음 한켠은 여유로움이 숨을 쉰다. 자녀들의 '선물 타령'은 포근한 음악이다. 하지만 선물은 커녕 생존을 위해 하루종일 구슬땀을 흘리는 아이들도 있다. 중앙일보는 국제구호기관 굿네이버스와 함께 과테말라를 찾았다. 그곳 커피 농장에서 하루종일 커피를 따는 '착한 큰 눈'을 가진 아이들을 만났다. 우리는 과연 가난한가 우리는 도대체 무슨 일로 투정을 부리는가. '중남미의 LA'로 불리우는 과테말라 시티. 이곳에서 두시간 가량 달리면 아까테낭고(Acatenango) 도시가 산 중턱에 모습을 드러낸다. 오늘 아침 우리 손에 들려 있는 스타벅스 커피의 최상품 원두 산지로 잘 알려진 곳이다. 커피 농장을 들어서자 산 중턱부터 골짜기까지 끝없는 커피나무의 녹색 물결 사이로 빨간 점들이 보인다. 바로 커피 열매다. 과테말라의 11월부터 1월은 커피를 수확하는 시기. 이때가 되면 커피 열매가 단단해지고 초록빛을 띄던 열매가 빨갛게 익게 된다. 10월 중순 방학이 시작되면 아이들은 부모 손에 이끌려 커피 농장에서 커피를 따며 보낸다. 낮은 높이에 엉겨있는 빽빽한 나뭇가지 사이에 있는 커피 열매를 따려면 아이의 손보다 좋은 기구는 없다. 그곳에 가면 '검은 손'을 가진 아이들을 어디서나 만날 수 있다. 하루 8시간씩, 3개월 동안 커피를 따며 아이들의 손은 까맣게 트고, 군데군데 상처가 난다. 인디오 가족 6명이 하루종일 일하고 버는 돈은 5~7달러 정도다. 1파운드의 커피원두(커피 45잔)를 팔고 받는 돈은 50센트. 커피 한 잔의 원료를 1센트에 파는 셈이다. 아까테낭고에 있는 16개 초등학교의 졸업률은 채 20%도 넘지 못한다. 하루종일 커피를 따며 노동을 한 아이들은 저녁 7시만 돼도 잠에 쓰러진다. 책을 접할 시간은 없고 변변한 학습공간 조차 없다. 교과서와 책을 가진 아이들이 이상할 정도다. 공부에 흥미를 잃은데다가 가족 생계의 일부를 담당진 아이들은 초등학교를 중퇴하고 다시 농장의 소작농으로 돌아가 문맹과 빈곤의 굴레를 이어가는 전철을 밟게 된다. 커피 한 잔의 그윽한 향기속에는 이렇게 아이들의 땀과 눈물, 미래를 포기하는 ‘슬픈 맛’이 들어있다. ■ 아동결연을 원하시면 굿네이버스 USA (213) 405-5363로 전화하거나 기본 정보(영문 이름, 이메일, 전화번호)를 적어 이메일 또는 팩스로 보내면 된다. ▷이메일: gnusa@gnusa.org, 팩스: (213) 405-5364 〈과테말라=최상태 기자〉stchoi@koreadaily.com

2008-12-16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